취권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취권은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에 위치해 있다. 대명홈마트 뒤편 건물 2층에 자리 잡은 취권은 정통 중화요리 기반의 술집이다.
마트 뒷편에 위치해 있기에 방대한 주차공간이 마련되어 있지만 술집에 오는 당신 음주운전은 절대 안 된다.
제법 오래된 건물 2층에 자리한 매장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건물 뒤쪽으로 마련된 계단을 통해서 올라가야 하는데 정말 옛날 2층집 느낌이 제대로 나서 무언가 향수를 자극한다. 첫 방문이라면 도대체 어디로 올라가야하나 난감할수도 있겠지만 건물 뒷쪽으로 보면 계단이 보일 것이다.
옥탑방처럼 자리 잡은 매장은 내부가 상당히 정갈한데 사장님을 비롯해서 직원분들이 매장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믿음이 간다. 취권이라는 이름답게 매장에는 중화풍의 음악이 흘러나오며 매장 한쪽에 위치한 거대한 TV에서도 중화권 영화가 쉬지 않고 재생되고 있는 게 취권의 특징이다.
중화요리집이 아닌 술집이기에 메뉴는 제법 심플한 편이지만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정말 찐 중국의 메뉴들이 즐비해있다. 사장님께서 화교분들이 운영하는 매장에서 오래 근무하셨다는데 정말 거기서 나오는 경험이 지금의 취권 메뉴들을 가능하게 하는 것 같다.
경장육사
잘게 썬 돼지고기를 춘장에 볶아낸 요리인 경장육사는 두부피에 야채와 곁들여 싸 먹을 수 있도록 제공이 된다. 월남쌈을 많이 먹어봤지만 두부쌈은 처음이라 굉장히 독특했는데 사실 두부피가 생각보다 씹히는 식감이 있어서 월남쌈을 먹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무엇보다 고수가 정말 푸짐하게 제공되는 점에서 사장님의 인심이 느껴져서 첫 방문에 취권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쌀국숫집에서도 고수 저만큼은 안 주는데 리필이 필요 없을 정도로 고수를 넉넉하게 챙겨주셔서 부담 없이 고수를 듬뿍 곁들여서 먹을 수 있었다.
경장육사라는 메뉴를 취권에서 처음 접해보게 되었는데 굉장히 수준 높은 음식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사장님의 내공이 만만치 않음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말 깔끔하게 군더더기 없이 볶음요리의 정석을 맛보는 것 같아서 여기는 그냥 술집에 지나지 않는 대단한 레스토랑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유린기
취권의 시그니처 메뉴를 포기하고 주문한 유린기였는데 일단 비주얼에서 너무나도 엄청났다. 저 거대한 오이채의 산은 닭요리와 오이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알고 있는 우리 부부에겐 정말 반가운 일이었고 닭튀김 아래로 수북하게 깔려있는 야채들 역시 사이드 샐러드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너무 좋았다.
닭고기는 정말 바삭하게 튀겨져서 시간이 지나도 바삭함이 유지되었는데 다만 큐민으로 닭을 재워둔 것인지 큐민향이 상당히 강력해서 그 향을 이겨내지 못하는 우리 마누라는 졸지에 야채만 먹는 채식주의자가 되었다.
나야 뭐 향신료 그런 거 안 따져서 덕분에 정말 배불리 먹었다.
경장육사도 그러했지만 유린기도 양념이 과하지 않고 은은해서 정말 먹는데 부담이 없어서 좋았다. 맛있는 요리를 안주로 술잔을 기울이다 보니 국물이 굉장히 먹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취권에는 국물요리가 없어서 그 점이 제법 많이 아쉽기는 했다.
몇 해 전 함덕에 신상 맛집으로 굉장히 핫했던 취권을 이제야 방문했다는 사실이 감개무량하면서 한편으론 국물요리가 생길 기회는 없을 것인가라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중요한 사실은 취권의 음식들은 수준이 상당하며 다음 방문에는 다른 메뉴들을 새롭게 맛보면서 취권의 모든 음식들을 섭렵해 보는 게 목표이다.
언젠가는 국물요리가 추가되기를 바라면서 다음 취권 방문을 기약해 봐야겠다.